쉬지 못하는 마음/그를 닮은 암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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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는 쉬워도 쉬기는 어렵다. 

휴일에도 진짜 쉬는 사람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쉬는 대신 또다른 일을 한다. 

그 일이란 다름 아닌 

신문 보기, 텔레비전 보기 등이다. 

쉬면 몸이 더 피곤해 

일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사람들은 집에 있는 동안은 

언제나 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집중할 일이 없어지면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매우 피곤해진다. 

 

그러니 사실 누가 잘 쉬고 못 쉬는지 

겉으로는 잘 알 수 없다. 

쉬는 것은 몸의 휴식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몸의 휴식이 ‘십’이라면 

마음과 생각의 쉼은 ‘천’, ‘만’ 이상으로 

몸에 영향을 준다. 

생각과 마음이 쉬어야 

참으로 쉰다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모습을 한번 돌아보자. 

저녁에 일을 마친 뒤 

피로한 상태로 돌아와 

쉬는 대신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으로 

마음과 정신을 혹사하지는 않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려 

스트레스를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신을 더욱 쉬지 못하게 만든다. 

심해지면 

자면서도 정신과 생각은 쉬지 않아 

계속 꿈에 시달리고, 

자고 나서도 

한잠도 못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상태라면 

몸 안의 모든 세포 역시 쉬지 못하고 지친다. 

 

우리 몸에는 경락이라 불리는 

에너지의 통로가 있다.

이 통로는 생각이 많거나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면 

자꾸 좁아진다. 

잘때는 그나마 생각을 덜하므로 그때 

가장 활성화된다. 

그래서 잠을 자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몸이 살아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밤에도 제때 자지 않고 

또 자는 동안에도 습관적인 생각에 시달려 

경락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에너지의 흐름이 막히는 사람들이 많다. 

비워야 채워진다는 원리는 

우리 몸에도 적용이 된다. 

생각과 마음을 쉬어야 경락이 열리고 

그곳에 생명의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것이다. 

 

쉬지 못하는 마음을 닮은 세포가 있다. 

바로 암세포다. 

정상세포는 p53이라는 유전자가 있어 쉴 줄 안다고 한다. 

p53이라는 일명 휴식 유전자는 

정상일 때는 

세포의 핵산이 손상되면 

세포가 손상된 상태로 분화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세포분열을 정지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변이되면 

세포 보호기능을 상실하고 그 결과 

다른 유전자들이 변이되는 것을 막지 못해 

결국 암을 발생시킨다.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암의 50% 이상이 

그렇게 생긴다고 한다. 

즉 암세포라는 놈은 휴식 유전자가 없어 

계속해서 쉬지 못하고 번식해 나가는 놈인 것이다. 

쉬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닮은 

암세포처럼 살 게 아니라, 

조급하고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한순간만이라도 좀 여유롭게 쉬어보자. 

 

권선영/대전 동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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